
「풍경화가의 에피소드」이 2026년 10월 8일 나왔다. 지은이는 세사르 아이라 지음, 박은영 옮김이다. 펴낸 곳은 마르코폴로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6,700원, ISBN은 9791124110393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 소설은 독일 화가 요한 모리츠 루겐다스(Johann Moritz Rugendas, 1802~1858)의 이야기이다. 루겐다스는 유서 깊은 예술가 가문의 후예로 이 가문을 일군 사람은 요한 모리츠의 증조할아버지인 게오르크 필립 루겐다스(1666~1742)였다. 그는 젊은 날 오른손을 잃은 결과로 화가가 되었다. 신체적 손상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훈련받아 온 가업인 시계 제조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왼손을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연필과 붓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했다. 시계공으로서의 훈련과,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방법론적 신중함을 가지고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왼손 사용 덕분에, 그의 데생은 특별할 정도로 대단했고 그 결과 전투 장면 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형식의 화석화된 복잡성과 주제의 폭풍 같은 격동 사이의 절묘한 대조는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증조할아버지처럼 루겐다스 역시 “장르 화가”였으며, 알렉산더 폰 훔볼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훔볼트의 목표는 세계를 전체성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었으며, 오랜 전통에 따라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시각을 통하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루겐다스는 자신에게 진정한 시각—즉 “예술의 이면”—이 아르헨티나에만 존재하며, 그것은 “지평선에서 등거리에 있는 지점의 끝없는 평야에서 발견되는 신비스러운 공허함”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여행과 그림은 밧줄의 섬유처럼 서로 얽혀 있었다.” 만물을 변모시키는 아름다움의 힘은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존했던 19세기 독일의 풍경화가 요한 모리츠 루겐다스는 탐험과 “발견”이라는 거대한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톱니바퀴로서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했다. 그의 작품이 지닌 매력은 두 가지였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길들여진 자연의 초상화였던 것이다. 루겐다스의 묘사는 야생의 표본들을 세심하게 분류하고 위계를 매겼다. 그는 주로 풍경을 그리면서도, 인디언의 습격을 직접 목격하기를 갈망했다. 결국 인디언이야말로 최고의 야생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인디언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돈이라도 지불했을 것”이다(혹은 아이라가 그렇게 상상한다. 이 소설의 경이로움 중 하나는 형식과 내용이 서로 거울처럼 비춘다는 점이다). “루겐다스의 청춘을 소모시킨 긴 여정의 목적은 아르헨티나였다. 끝없는 평야에서 발견되는 신비스러운 공허함. 오직 그곳에서만 자신의 예술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현실이 해체되고, 기교가 예술을 압도하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신비로운 장소에 도달하려 애쓰고 있다. 아이라는 “구름이 너무 낮게 내려와 금방이라도 땅에 닿을 것 같았다”고 썼다. 루겐다스 일행은 며칠 동안이나 산루이스에 도달하려 애썼지만, 알 수 없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메마른 풍경에 시달렸다. 마침내 가이드는 그 원인이 메뚜기 떼라고 밝힌다. 그는 불안해하며 고백한다. “성경에 나오는 재앙이 [이] 길을 거쳐 갔소.” 식물이 사라진 바람에 굶주린 말들은 금방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지경이었고, 루겐다스는 풀을 찾아 힘껏 멀리 달리기로 결심하며 친구에게는 반대 방향으로 가라고 말한다. 친구는 갈라서는 것을 내켜하지 않지만, 루겐다스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소금기 어린 열기를 뚫고 질주해 나간다. 잠시 후, 날씨가 갑자기 변한다. 바뀐 하늘에 매료된 루겐다스는 “그는 그런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어둠이었다”라고 생각한다. 바로 다음 순간, 그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마치 신과의 조우 같았다. 아름다움, 천재성, 은총,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꿈꿔왔던 중심”과의 만남은 인간을 사슴이나 거미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던 고대 신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라는 이렇게 적는다. “신체란 묘한 것이어서, 비인간적인 힘이 개입된 사고에 휘말리게 될 때 그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알프레드 자리는 “나는 독창적이고 소모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모든 것을 괴물이라 부른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루겐다스의 경우 이 아름다움과의 조우는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그래도 사고 이후 루겐다스는 그림 그리는 능력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더 발전하여, 억압받지 않는 지식과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활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신체 훼손의 대가로 주어진 이 보상적 재능은 “예술의 무관심성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그의 삶은 두 동강 났을지 모르지만, 그림만큼은 여전히 ‘꿈의 다리’였다.” 문학 역시 다리와 같다. 개별적인 의식들 사이의 다리,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사이의 다리, 유한한 경험과 무한한 상상의 삶들 사이의 다리다. 그리고 아이라의 이 소설 속에서 그것은 기교, 예술, 그리고 현실의 희미한 빛 사이를 잇는 다리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직접적인 지각은 정의상 배제된다. 그럼에도 어느 시점에서 매개 작용은 무너지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될 때까지 축적되는 방식을 통해 길을 내주어야만 했으며, 그 기호들 속에서 세계 그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성찬례의 힘은 부분적으로 그것이 공유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 책이 당신의 금식 역시 깨뜨려주기를 바란다.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세사르 아이라 (César Aira) (지은이) 1949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콜로넬프링글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해 프랑스의 최신 문학을 탐독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다. 1968년 시인 아르투로 카레라와 함께 문학잡지 ≪엘 시엘로≫를 창간하고, 1975년 소설 『모레이라』를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 뒤로 100여 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며 아르헨티나, 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한편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세사르 아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아르헨티나 작가 코피와 상징주의 1949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콜로넬프링글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해 프랑스의 최신 문학을 탐독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다. 1968년 시인 아르투로 카레라와 함께 문학잡지 ≪엘 시엘로≫를 창간하고, 1975년 소설 『모레이라』를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 뒤로 100여 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며 아르헨티나, 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한편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세사르 아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아르헨티나 작가 코피와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를 가르치고, 로사리오 대학교에서 구성주의와 스테판 말라르메에 대해 강의하며, 생텍쥐페리와 얀 포토츠키, 제인 오스틴과 레이먼드 챈들러, 프란츠 카프카 등의 작품을 번역한다. 1993년 소설 『나는 어떻게 수녀가 되었나』로 국내외적 성공을 거두며, 1994년 코넥스상과 1996년 구겐하임 펠로십을 받고, 로베르토 볼라뇨로부터 “스페인어로 글을 쓰는 최고의 작가”라는 격찬을 듣는다. 그 뒤로 매년 100쪽 남짓한 작품을 한두 권씩 발표하며,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은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간다. 그리하여 아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환상, 고정 관념과 실체, 하위문화와 고전, 리얼리즘과 SF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이른바 ‘앞으로의 도주(Fuga hacia adelante)'라고 불리는, 허구로부터 추진력을 얻어 종잡을 수 없는 세계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아가는 아방가르드 미학을 확립한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2014년 로제 카유아상, 2016년 아메리카 문학상, 2021년 포르멘토르상 등을 수상하고, 2014년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최종 후보, 2015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박은영 (옮긴이) 서울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고려대, 외국어대, 홍익대 등에서 강의해 왔다. 박사학위 논문은 국내에서 치카나 문학을 다룬 최초의 논문이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미국내 라티노 문학, 문화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치카노 문학을 한국에 번역, 소개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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