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이 2026년 9월 22일 나왔다. 지은이는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지음, 이현경 옮김이다. 펴낸 곳은 민음사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6,000원, ISBN은 9788937465024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그 사람이 정말 깨끗하지 않다 해도 넌 모른 척하거나, 그 사람이 네 잘못을 눈감아 주었듯이 그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건 무슨 이유지?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은 잊어 주길 원하면서 넌 잊을 수 없는 거지?’ 이탈리아 데카당스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대표작 욕망과 죄의식, 질투와 불안, 사랑과 기만이 교차하는 인간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 낸 심리 소설의 걸작 ▶ 『순수』의 첫 서른 쪽을 읽고, 나는 이 책에 매료되었다. ─ 마르셀 프루스트 ▶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무척 예리한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격앙된 감수성의 상태를 포착해 내는 남다른 필치, 둘째는 사물과 장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민하면서도 풍부하고 훌륭한 시각적 감각, 셋째는 다채로우면서도 정교한 문체다. ─ 헨리 제임스 ▶ 19세기 작가들 중 가장 위대한 천부적 재능을 지녔던 세 사람은 단눈치오, 키플링, 그리고 톨스토이다. ─ 제임스 조이스 이탈리아 데카당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장편 소설 『순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순수』는 『쾌락』, 『죽음의 승리』와 함께 이른바 ‘장미 소설’ 3부작을 이루는 작품으로, 1892년 처음 발표되었다.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과 임신을 알게 된 뒤 무고한 아기를 없애야만 한다는 집착에 시달리는 전 과정을 일인칭 고백체로 그리며, 사랑과 소유욕, 순수와 죄, 자기 기만과 도덕적 책임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1976년에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표범」 등으로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이탈리아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가 영화화했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시와 소설, 희곡을 넘나들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이탈리아 문학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감각적인 언어와 탐미적인 세계관으로 이탈리아 데카당스 문학을 대표했으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삶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연출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배경인 귀족적 인물들의 탐미적 욕망과 권태, 자기 파괴를 그려 내는 데 능했는데, 한편으로 당시 유럽 문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던 러시아 문학에 관심을 갖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탐독했다. 『순수』는 이러한 영향 아래 인간의 내면과 죄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으로, 욕망과 질투, 죄의식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정당화하는 주인공 화자의 논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게 한다. 단눈치오는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자신의 탐미주의적 세계와 결합해, 사랑과 순수에 대한 갈망이 자기 기만과 폭력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 냈다.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을 소유하려는 남자의 위험한 고백 부유한 귀족 툴리오 에르밀은 ‘상아의 탑’에 비견되는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 줄리아나와 두 딸을 두고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는 사회의 도덕과 관습을 경멸하고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않는 것을 자유로운 삶이라 믿는다. 자신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줄리아나에게 아내가 아니라 누이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는 몰염치한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길 가능성은 조금도 견디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툴리오는 자신의 과거를 뒤로 하고 두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곧 줄리아나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뒤집힌다. 둘만 아는 비밀로 인해 툴리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편, 아내가 삶을 저버릴까 불안에 떤다. 그의 기나긴 내면의 독백은 수렁에 빠진 한 여자를 불쌍히 여기는 한편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배신을 생각하며 줄리아나의 잘못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되뇌기도 한다. 그러나 번민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배가 불러올수록 심리적 압박은 극에 달한다. 급기야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나자 걷잡을 수 없는 증오와 강박적인 집착은 그의 마음을 지배한다. 실상 아무런 죄도 없는 갓난아이는 툴리오에게 배신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증거이자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는 ‘침입자’가 된다. 그는 줄리아나와 자신이 과거의 순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아기가 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툴리오는 자신의 의지를 또렷이 자각한 채,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실행한다. ■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를 잇는 범죄자의 내면과 자기 기만 『순수』의 긴장은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보다 범죄에 이르기까지 툴리오의 의식이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며, 질투와 증오마저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떠오른 순간부터 살해 방법을 모색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독자는 범죄자의 의식 가장 깊숙한 곳에 갇힌 채 그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광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너무도 명료하게 의식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툴리오의 범죄를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이러한 범죄 심리의 탐구에는 단눈치오가 깊이 읽었던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선명하다.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가 평범한 인간에게 적용되는 도덕률을 넘어설 수 있는 ‘비범한 인간’을 상상했다면, 툴리오 역시 자신을 사회의 통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특권적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순수』는 『죄와 벌』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라스콜니코프의 이야기가 범죄 이후 죄를 인정하고 다시 인간 공동체로 돌아갈 가능성을 향한다면, 툴리오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들여다보면서도 그 분석을 도덕적 각성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회개 없는 깊은 심연으로 파멸해 간다. 뛰어난 자기 분석 능력이 오히려 자기 기만의 정교한 도구가 되는 역설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심리적 긴장을 만들어 낸다. ■ 순수를 되찾으려는 욕망이 잔혹한 폭력이 되기까지 원제 ‘L’Innocente’는 그대로 옮기면 ‘죄 없는 사람’, ‘무고한 자’, ‘순수한 이’를 뜻한다. 제목이 일차적으로 가리키는 존재는 줄리아나가 낳은 아기 라이몬도다. 아기는 비록 불륜으로 생겨났지만, 그 일에 아무런 책임도, 티끌만큼의 죄도 없는 존재다. 그러나 툴리오에게 라이몬도는 바로 그 무고함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든 존재가 된다. 자신이 심판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아이 앞에서 툴리오는 자신의 질투와 증오가 얼마나 부당한지를 끊임없이 확인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가 사라지면 줄리아나와의 관계에서 불순한 것을 모두 걷어 내고 과거의 순수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기괴하게 비틀린 논리를 쌓아 간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제목은 잔혹한 역설을 만들어 낸다. 툴리오가 되찾으려는 ‘순수’는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윤리적 순수함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정돈하려는 욕망에 가깝다.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욕망과 선택을 자신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고, 가족을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가장 무고한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역설은 작품 곳곳에 반복되는 흰색의 이미지에서도 드러난다. 줄리아나의 창백한 얼굴, 세례식과 장례식에서 라이몬도가 입는 하얀 옷, 죽음과 부정을 암시하는 하얀 국화는 순수와 죽음의 이미지를 겹쳐 놓는다. 그러나 툴리오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아직 죄와 고통으로 얼룩지지 않은 순수한 시기는 이미 자신의 부정으로 파괴된 뒤다. 자신을 아름답고 순수한 존재로 만들고 싶은 욕망과 이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거나 해칠 수 있다는 특권의식이 뒤섞이면서, ‘순수’라는 이상은 마침내 가장 끔찍한 폭력의 논리로 뒤집힌다. 『순수』는 단눈치오의 문학 세계가 변모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다. 『쾌락』에서 아름다움과 감각, 쾌락을 좇는 인간의 삶을 화려한 문체로 펼쳐 보였다면, 『순수』에서는 그 탐미적 인간이 죄와 도덕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파국에 이르는지를 추적한다. 자연과 가족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툴리오의 열망에는 톨스토이적인 갱생의 이상이, 자신의 범죄를 끝없이 분석하고 정당화하는 의식에는 도스토옙스키적인 범죄 심리가 스며 있다. 그러나 단눈치오는
목차는 다음과 같다.
순수 7 작품 해설 389 작가 연보 398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Gabriele D'Annunzio) (지은이) 이탈리아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정치가. 데카당스 문학과 탐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니체의 초인 사상과 이탈리아 특유의 미적 감각을 결합해 20세기 초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63년 페스카라에서 태어나 프라토의 명문 기숙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열여섯 살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후 로마로 이주해 문단과 사교계에 이름을 알렸고, 시집 『새로운 노래』와 단편집 『처녀지』 등을 발표했다. 1889년 『쾌락』을 시작으로 『순수』, 『죽음의 승리』로 이어지는 이른바 ‘장미 소설’ 3부작을 통해 이탈리아 탐미주의 문학을 대표 이탈리아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정치가. 데카당스 문학과 탐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니체의 초인 사상과 이탈리아 특유의 미적 감각을 결합해 20세기 초 유럽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63년 페스카라에서 태어나 프라토의 명문 기숙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열여섯 살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후 로마로 이주해 문단과 사교계에 이름을 알렸고, 시집 『새로운 노래』와 단편집 『처녀지』 등을 발표했다. 1889년 『쾌락』을 시작으로 『순수』, 『죽음의 승리』로 이어지는 이른바 ‘장미 소설’ 3부작을 통해 이탈리아 탐미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1892년 발표한 『순수』는 인간의 질투와 죄의식, 자기 기만을 치밀하게 해부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바위의 처녀들』, 『불』 등을 발표했다. 배우 엘레오노라 두세와의 관계를 계기로 희곡 창작에도 몰두하여 『죽은 도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이오리오의 딸』 등을 집필했고, 이 시기 창작한 시집 『찬가』는 그의 시 세계를 대표한다. 복잡하고 화려한 연애로 얽힌 수많은 연인들은 작품 속 뮤즈로 투영되었으며, 스스로 실재의 경험까지 예술의 일부로 여겼다. 1910년 빚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이탈리아의 참전을 주장했고, 1915년 귀국해 쉰두 살에 자원 입대했다. 군 조종사로 여러 작전에 참여했으며, 비행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은 뒤 『녹턴』을 집필했다. 종전 후에는 피우메를 점령해 독자적인 정치 실험을 벌였고, 이때 사용한 연설과 의례, 상징은 훗날 이탈리아 파시즘에 영향을 미쳤다. 1921년부터 가르다 호수 기슭의 대저택 비토리알레에 거주하며 자신의 삶과 작품을 기념하는 거대한 공간을 조성했다. 1938년 일흔넷의 나이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시와 소설, 희곡을 넘나들며 삶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연출한 그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 도덕적 파탄을 탐구했으며, 그의 문체와 생활 방식은 당대에 ‘단눈치오주의’라는 사회적 현상을 낳았다. 이현경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주관하는 1회 번역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국가번역상을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 『가족어 사전』, 『이것이 인간인가』, 『보이지 않는 도시들』, 『나무 위의 남작』,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바우돌리노』, 『미의 역사』, 『표범』, 『올빼미의 낮』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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