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해발450 흙집, 가족이 지킨 우리 가곡의 무대

  • 입력 2026.09.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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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공

건축탐구 집 외국에 살아보니 흙이 좋아졌다

-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해발 450 고지에 만든 흙집 - 사라져 가는 가곡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음악당을 지었다. 그 이야기를 만나본다. - 어린시절 남편이 즐겨보던 만화와 아내가 외국에서 쌓은 경험이 만든 집 - 마당이 하나가 아니다, 무려 세 개! 쓰임새도 다른 세 개의 마당을 품고 있는 집을 탐구한다.

*방송일시 : 2026년 9월 22일 (화) 밤 9시 55분, EBS1

산골 450 고지에 지은 오페라하우스

전남 순천, 해발 450고지의 첩첩산중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높은 산 속 덩그러니 놓여진 흙집이 보인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오늘의 집에는 성악가와 공연 기획자인 건축주 부부 그리고 아들이 살고 있다.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남편 은훈씨, 한국에 돌아와 오페라 가수로 승승장구 했지만 그럴수록 점점 잊혀가는 우리 가곡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갔다. 그러던 중 사촌 형의 소개로 지금의 터를 알게 되었는데 높은 고지에 자리해 아름다운 풍광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소음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은훈씨는 이곳에 터를 잡고 가곡을 위한 음악당을 짓기로 결심한다. 제대로된 길도 나있지 않는 첩첩산중에, 건축자재도 사람도 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직접 돌을 나르고 쌓으며 작업하며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도 수없이 겪었다. 얼굴을 열여섯 바늘이나 꿰매야 할 만큼 크게 다친 적도 있었지만 가곡을 알리는 일이라면 힘든 과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음악당은 유학 시절 유럽 무대의 경험으로 지어졌는데 소리의 공명을 고려해 공간을 둥글게 설계하고, 불필요한 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천장에 구멍을 냈다. 마이크 없이도 음악가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뇌했다. 남편의 꼼꼼한 손길로 음악당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매년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과 함께 가곡제를 진행하며 가곡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흙집은 우리 가곡과 전통을 지켜내고 싶어하는 남편과 닮아있다. 목수인 사촌형과 함께 이미 사라져버린 초가에 지붕을 엮고 구들을 깔아 난방을 보완하는 등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2년에 걸쳐 완성한 이 집은 땅에서 난 황토와 소나무 그리고 돌이 주재료이다. 450고지에 위치해 뛰어난 풍광을 집 안에서도 볼 수 있기 위해 3면으로 통창을 냈는데, 현장에서 소나무에 유리를 끼워 만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집이 완성되었다. 이후 4년 전 이곳으로 정착하면서 초가 대신 지붕개량을 선택했다.

남편과 아들 의현 씨는 학교 선후배 사이다. 서울에서 성악가이자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아들은 아버지의 꿈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당에서 열리는 가곡제를 위해 아버지로부터 무대 감독으로 현장을 함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에서 순천으로 내려왔다. 의현 씨는 가곡제에도 힘을 보태며, 흙집을 손보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구들 대신 보일러를 까는 등 바닥을 새로 정비했다. 옛 것을 완전히 손보지는 않았지만 사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은 집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자신의 감각에 맞게 공간을 다듬었다. 직접 집을 고쳐나가면서 오히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황토가 그대로 드러나고 서까래가 모습을 드러낸 집의 본래 모습이었다. 젊은 친구가 집에 들어오며 집에서 생활하는 데에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는 부부의 걱정이 무색하게 자연스러운 옛것의 멋은 아들에게 더욱 세련되게 다가왔다. 아들이 순천으로 내려온 뒤, 가족은 함께 국제 가곡제를 함께 운영하며 우리나라 가곡을 알리는 것에 힘을 쓰고 있다.

잊혀가는 우리 가곡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집짓기는 가족의 정성과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은훈 씨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곡을 작업하며 가곡을 알리고 할 수 있는 한 전통적인 것들을 지켜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된 이 집을 <건축탐구 집> 이 탐구해본다.

로망을 현실로 만든 ‘세 마당 집'

경기도 파주, 회색의 네모난 집과 푸른 정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오늘의 집은 건축주 부부의 오랜 로망을 실현한 곳이자, 무려 세 개의 마당이 있는 집이다.

어린 시절 아내 지수 씨는 아버지의 일로 잠시 미국에서 생활하며 넓은 정원과 주택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그때의 기억은 언젠가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으로 이어졌다. 남편 범준 씨 역시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 속 전원주택의 모습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서로 다른 기억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로망은 전원주택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하나씩 실현이 되어 갔다. 처음부터 세 개의 마당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예산을 맞추는 과정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겨났고, 부부는 꼭 지키고 싶은 것과 현실적으로 조정할 부분을 하나씩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집 안에서 충분히 실현하지 못한 로망을 마당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하나의 큰 마당 대신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마당을 구성해 공간을 나누고, 집 안팎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부부가 꿈꿨던 로망과 현실적인 조건을 조율한 끝에, 세 개의 마당을 품은 개성 있는 오늘의 집이 되었다.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큼직한 아일랜드장이 시선을 끈다. 주방과 거실을 하나로 연결한 일명 LDK 구조로 공간을 분리하기보다 시야를 열어 집 전체에 개방감을 더했다. 주방에서도 거실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가족이 각자의 공간에 머물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주할 수 있다. 가족의 일상은 물론 손님이 방문했을 때에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시선만 돌리면 서로를 확인할 수 있어 공간이 나뉘어 있어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다. 공간을 나누는 방식도 일반적인 기둥이나 벽을 세우는 대신 가구를 활용했다. 예전부터 집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는 아내의 손길을 거쳐 자연스러운 소재와 오래된 가구들을 곳곳에 배치해 공간의 경계를 만들었다. 세 개의 마당 또한 각각의 활용도가 달랐는데, 아이들을 위한 모래놀이 공간, 평소 흙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공간, 그리고 남편의 로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나뉘게 되었다.

방송사 PD로 일하며 선후배로 만난 건축주 부부. 일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났지만 아내에게 있어 아이를 낳은 뒤에도 PD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집을 짓고 마당을 가꾸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제야 자신이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평소 흙에 유난히 끌렸던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집과 정원을 가꾸며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경험했다. 이 집은 아내에게 어린 시절 꿈꾸던 전원주택을 실현한 보금자리를 넘어, 지쳐 있던 자신에게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준 공간이 되었다. 이제 아내는 유난히 힘든 날이면 밖으로 나가 정원을 가꾼다. 남편은 그것이 아내가 스스로를 돌보고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린시절부터 품고 있던 로망이 하나로 모여 마침내 오늘의 집이 되었다. 꿈을 넘어 치유의 시간까지 선물한 부부의 로망의 집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본다.

*관련 사진은 EBS 기관 홈페이지(about.ebs.co.kr)-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 한눈에 보기

· 발행 기관 : EBS

· 분류 : 건축탐구 - 집

· 배포 : 9월 21일

출처 : EBS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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