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 뜯어보니 초가지붕이 나왔다? 115년의 세월을 간직한 집 - 딸과 관계가 서먹했던 아버지가 서울에서 김제까지 내려오게 된 사연은? - 마을을 들썩이게 한 주인공이 있다?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집 - 유복자였던 집주인이 욕실 공간 고치며 아버지를 얻게 된 사연은?
*방송일시 : 2026년 9월 8일 (화) 밤 9시 55분, EBS1
가족을 모이게 한 1905년생 집
전북 김제, 해가 쨍쨍한 한낮에도 호미 하나 챙겨 들고 정원 일에 나서려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 딸이 있다는데... 아버지가 이토록 정원일을 고집하게 된 사연은?
부녀의 정체는 바로 115년 된 폐가를 사서 고친 딸 최별 씨와 그런 딸이 집을 어떻게 고쳤는지 궁금해 찾아온 아버지 최찬석 씨다. 한때 도시에서 방송국 PD로 일했던 별 씨에게는 언젠가 시골집을 고쳐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 올라온 시골집 매물을 본 별 씨는 저 푸른 김제 평야 한가운데 자리한 그 집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고, 덜컥 계약까지 진행해 버렸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거침없었던 딸. 이번에도 별 씨는 아버지 찬석 씨에게 예고도 없이 시골집을 샀다는 소식을 전했다. 딸을 말리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딸의 근황이 걱정됐던 것인지, 찬석 씨는 딸이 지내게 될 시골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날 이후, 어쩐 일인지 찬석 씨는 딸의 곁에 머물기로 했다.
집을 고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에 시골집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기획안까지 써낼 만큼 집에 대한 열정이 컸던 별 씨. 처음에는 온전히 자신의 주거용으로 고치려 했던 집은 어느새 책방으로 변했고, 곳곳에는 별 씨가 꿈꾸던 시골살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물이 1톤은 들어갈 것 같았던 조적 욕조부터 사방이 훤히 트인 바깥 거실까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바깥 거실에는 햇빛이 가득 들어온다. 어두운 집에서 홀로 독립해 살았던 별 씨의 20대를 위로하듯, 이 집만큼은 환한 빛이 머문다. 바깥 거실과 이어진 안 거실에는 별 씨에게 더욱 특별한 공간이 있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한 벽장 공간이다. 드라마 작가였던 어머니의 원고와 가족사진을 차곡차곡 채워놓은 공간에는 한때 네 식구였던 가족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 속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어린 별 씨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시골집. 신기하게도 그때의 집은 지금 별 씨가 고쳐 살고 있는 집과 많이 닮아있다.
별 씨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언니 진 씨는 일찍이 집을 떠났고 남은 건 별 씨와 아버지 찬석 씨뿐.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주고 받았고 그때의 비난은 오랜 생채기로 남았다. 별 씨마저 집을 떠나 독립하면서 부녀는 더욱 멀어졌다. 그럼에도 딸이 폐가를 고쳐 시골에서 살겠다고 하자, 내심 걱정됐던 찬석 씨는 딸의 곁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딸이 내어준 방 한 칸에 머물며 책방을 지키는 북지기가 되었다. 거기다 평소 원예에 관심이 많았던 찬석 씨는 초가 지붕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된 폐가를 의연하게 고쳐나가는 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꽃만큼은 실컷 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처럼 아버지가 가꾼 마당에는 계절마다 꽃이 피어난다. 아버지에게는 딸의 곁을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이었던 셈이다.
홀로 책방을 지키며 지내던 아버지에게 최근에는 새로운 식구들도 생겼다. 읍내에서 생활하며 책방을 오가던 별 씨가 별채를 고치고 가족과 함께 아버지 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제 가족들은 드넓은 현관을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평야를 바라보며 매 끼니를 함께한다. 아버지와 딸, 사위와 어린 손주까지. 한때 서로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었던 가족은 이제 한 지붕 아래 모여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떨어져 지낸 가족을 모이게 한 1905년생 집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 본다.
유복자였던 그 남자의 맘을 사로잡은 촌집
전북 김제,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집을 찾아라! 어르신들 천지인 이 마을에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는데...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주인공 은우를 이곳에서 낳은 집주인의 정체는?
집주인의 정체는 바로 서까래 시골집에 반해 김제까지 내려와 집 고치고 사는 은우 아빠 최수현 씨와 엄마 이지은 씨다. 수현 씨는 한겨울에도 넓은 마당에 햇빛이 가득 들어와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집에 반했다. 어릴 적 비슷한 시골집에서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계약하자마자 곧장 쇠지렛대를 들고 천장부터 뜯기 시작한 수현 씨. 걱정과 달리 90년의 세월 속에서도 서까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수현 씨는 환호성을 질렀다. 목재 천장과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는 아궁이를 그대로 남겨둘 정도로 오래된 것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부에게 서까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내 툇마루를 지나면 나오는 거실에는 당시의 기쁨을 보여주듯 상량문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수현 씨가 이토록 집에 애착을 갖는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데...
자신이 태어나기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수현 씨의 할머니는 장남인 수현 씨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큰 충격을 받고 절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며 덩달아 절에서 생활했던 수현 씨는 늘 ‘나만의 집’ 이라는 공간을 갈망했다. 하지만 수현 씨가 갈망했던 건 단지 집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그리워했던 것은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집을 고칠 때는 과거 인테리어 업자로 일했던 아내 지은 씨의 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한 부부. 이 집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부엌과 욕실에는 아버지의 솜씨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낮은 천장 탓에 상부장을 달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부엌을 디귿자 형태로 만들고 세 식구가 쓰기에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디자인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지은 씨가 특별히 부탁한 것은 벽에 붙이는 타일이었다. 시공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손이 많이 가는 타일 중에서도 특히 작은 타일을 원했던 지은 씨. 시공 담당인 아버지와 협의 끝에 부엌 타일만큼은 아버지의 의견대로 더 이상 크기를 줄이지 않았지만 욕실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짙은 청록색의 작은 타일로 꾸민 욕실에는 장인어른과 사위의 노고가 한 땀 한 땀 담겨 있다. 딸을 도와주기 위해 김제까지 내려온 아버지 민배 씨는 집을 고치며 아들까지 얻었다. 과거 서먹했던 장인어른 민배 씨와 사위 수현 씨의 관계도 함께 집을 고치는 시간 속에서 더욱 돈독해졌다.
유복자로 태어나 자란 수현 씨의 사정을 듣고 그를 딱하게 여긴 민배 씨.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막상 사위 앞에서는 먼저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은 씨의 지시 아래 둘이 부대끼고 일하는 시간이 쌓이며 관계도 달라졌다. 이제는 수현 씨에게 민배 씨는 거리낌없이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거기에 지은 씨 역시 한 번도 뵙지 못한 시아버지를 위해 매년 직접 제사를 지내왔다. 그 정성을 알아준 것인지, 부부가 그토록 바라던 자식도 찾아왔다. 은우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 이장님이 귀한 소나무까지 마당에 심어줄 만큼 아이의 탄생은 마을의 큰 경사였다. 그렇게 은우는 온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다.
촌집을 고치며 아버지와 아들을 얻게 된 집주인 수현 씨의 서까래 촌집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본다.
*관련 사진은 EBS 기관 홈페이지(about.ebs.co.kr)-사이버홍보실-하이라이트, 해당 방송 날짜에 있습니다.
◆ 한눈에 보기
· 발행 기관 : EBS
· 분류 : 건축탐구 - 집
· 배포 : 9월 7일
출처 : EBS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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