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준 교수가 저술한 『비상구는 왼쪽에: 『자본』의 세계사와 마르크스 없는 한국사회』가 2026년 9월 4일 사계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취 이면에 가려진 노동 문제와 불평등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시각에서 재조명하며,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문명적 대안을 모색한다.
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읽는 한국사회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가 압도적인 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의 결실이 보통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야만'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야만은 내일을 계산하지 않고 오늘만 사는 상태를 의미한다.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연간 노동시간과 GDP 대비 낮은 사회복지 지출,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 한국사회의 지표들은 이러한 야만적 속성이 문명적 성취와 결합해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가난의 상대성과 노동시간의 격차를 통해 부의 불평등 구조를 분석하며, 타인의 노동을 소유하는 자본주의의 적대적 관계를 지적한다.
마르크스의 교본과 실천의 역사
책의 중반부에서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구조와 변증법적 지양을 다룬다. 저자는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를 마르크스 이론 자체의 실패가 아닌 실천의 실패로 규정한다. 제2인터내셔널부터 독일 사회민주당, 볼셰비키, 제3세계와 냉전기 서방의 사례를 검토하며, 마르크스가 남긴 설계도를 바탕으로 각 시대와 상황에 맞는 실천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마르크스의 이론을 고전음악의 악보에 비유하며, 연주자가 바뀌어도 악보의 본질은 유지되듯 실패한 실천을 넘어 새로운 구성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 없는 한국사회의 과제
마지막 장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금기시되었던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짚어보고,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벽을 진단한다. 저자는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치조직의 부재를 한국적 야만의 전통과 연결하며,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상구로 마르크스의 유산을 담은 강령과 시민정치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제언을 넘어, 한국사회가 야만에서 문명으로 건너가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사회적 과제들을 담고 있다.
지은이 강신준 교수는 누구인가
강신준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 독일 사회주의 운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 동아대학교에 맑스엥겔스연구소를 설립해 『자본』 독일어판 정본 완역 등 마르크스 저작 연구와 번역에 매진해 왔다. 저서로는 『자본의 이해』, 『오늘 『자본』을 읽다』 등이 있으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대중화와 현실 비판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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