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다프레스가 종교학자 이정은의 산문집 『목사 딸의 백팔배: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를 2026년 8월 31일 출간한다. 근본주의적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지은이가 종교와 가족이라는 강력한 체계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의 언어와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인문 교양서로, 정가는 16,000원이다.
아버지의 방에서 시작된 질문
이 책은 강압적이고 융통성 없는 아버지가 갑자기 병석에 눕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은이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아버지를 피하고만 싶었던 지은이는 방문 자체가 괴롭지만, 정작 아버지의 방에 들어선 뒤 그 방을 가득 채운 황량함 앞에서 말문을 잃는다.
지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책은 그 방을 채운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가는 탐구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금욕으로 채워진 유년기
지은이의 어린 시절은 텔레비전과 신문 등 외부 매체와의 접촉이 차단되고, 외식과 군것질 대신 손으로 직접 만든 음식만 허용되는 금욕적 환경 속에서 흘러갔다. 이가 흔들려 치과 치료를 바랐을 때도, 장염으로 시험을 보지 못했을 때도 돌아온 답은 신앙심 부족을 탓하는 질책이었다.
모든 병은 자기 죄에서 비롯되므로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고 보는 종교 근본주의적 사고를 유년기 내내 체득한 지은이는 자기 검열과 금욕을 당연한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며 자랐다고 책은 전한다.
신천지에서 푸코까지, 좌충우돌의 대학 시절
대학에 입학한 뒤 지은이는 한때 진리를 찾겠다는 이유로 신천지의 교리를 배우기도 하고, 기독교에 비판적인 학과 선배에게 반발하기도 하는 등 혼란을 거듭한다. 이후 미셸 푸코와 자크 라캉, 슬라보예 지젝, 주디스 버틀러 등을 접하면서 인간사회의 통치 메커니즘과 부모가 가족의 삶을 장악해온 방식을 이론적으로 파악해나간다.
지은이는 부모가 하나님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전제로 한 '자기 포기'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연마해왔으며, 그렇게 다져진 '자기 통치'가 자녀 양육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고 분석한다. 부모의 삶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쳐 뒤늦게 종교계에 투신한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으로 짚어내는 대목도 책에 담겼다.
교회를 떠나 백팔배를 시작하다
지은이는 자기 포기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하기' 개념에 다다른다. 이는 흔히 떠올리는 자기애나 욕망 추구가 아니라, 기독교 이전 고대 서구인들이 본질적 자기란 없기에 평생에 걸쳐 이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가야 한다고 여겼던 사고에서 비롯된 개념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이 같은 성찰 끝에 지은이는 40년 가까이 다니던 교회에 더 이상 출석하지 않기로 하고, 우상 앞에서 절하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맹세를 저버리고 백팔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와 '자기'는 처음부터 주어진 값이 아니라 관계 맺는 실천 속에서 매 순간 재구성되는 것임을 알아간다.
목차로 보는 다섯 장의 구성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크게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투병 소식과 그의 방이 상징하는 황량함을 다루고, 2장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다'는 신앙을 둘러싼 부모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3장 '미로에서 길 찾기'는 종교학과 진학과 신천지 경험 등 지은이가 진리를 찾아 헤맨 과정을, 4장 '폐허를 폐허로'는 백팔배를 시작하기까지의 결심과 부모와의 관계 재정립을 담는다. 5장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 것처럼'은 몸을 돌보는 방식, 정직하게 말하는 기술, 할머니의 마음을 타투에 새기는 일화 등을 통해 자기 배려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이정은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교, 신천지, JMS, 하나님의교회 등 한국 개신교계 신종교 관련 현상을 주로 연구해왔다.
추천의 말
활동가 최현숙은 이 책을 두고 '유쾌하고 아름답고 치열한 아버지 살해 과정'이라고 평했고, 이라영은 '세계를 이해하면서 깨부수는, 수행에 가까운 투쟁'이라고 소개했다. 온다프레스는 이 책을 전 지구적 생태·평등·노동의 위기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는 기획 시리즈 '파도문고'의 한 권으로 펴냈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이정은 |
| 출판사 | 온다프레스 |
| 출간일 | 2026년 8월 31일 |
| 분야 | 인문학 |
| 정가 | 1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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