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끔찍한 우리…트랜스 부적응과 함께 사유하는 법을 묻다

  • 입력 2026.08.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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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올 제공

캐머런 어쿼드-리치가 쓰고 호영이 옮긴 『끔찍한 우리: 트랜스 부적응과 함께 사유하기』가 리시올에서 2026년 8월 25일 출간됐다. 사회과학 분야로 분류되는 이 책은 트랜스젠더를 병리화의 굴레에서 떼어내려 했던 그간의 노력이 오히려 트랜스 주체들의 나쁜 감정을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광기와 고통과 부적응을 트랜스의 삶을 옥죄는 제약이자 동시에 창의성의 자원으로 다시 읽어내려는 책이다.

201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이 ‘트랜스젠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하는 커버스토리를 실었다. 트랜스젠더가 온전한 가시성을 확보한 듯 보였고 트랜스성을 범죄나 질환으로 몰던 미디어의 재현도 옛말이 된 듯한 시기였다. 높은 빈곤율과 폭력 피해라는 현실은 여전했지만 인정을 향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어 보였다.

나쁜 감정을 지우지 않는 사유

저자는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가 고조되던 바로 그 시기에, 이 흐름이 트랜스젠더의 구체적인 고통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한다는 우려를 느꼈다고 밝힌다. 트랜스 운동과 정치가 긍정과 낙관을 앞세우기 위해 트랜스 주체들에게서 이른바 ‘나쁜 감정’을 몰아내야 했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병자가 아니므로 시민 자격을 갖추었다는 논리는 뒤집으면 다른 병자들의 권리 박탈을 용인하는 셈이 되고, 이는 트랜스성을 장애인이나 유색인 신체와 분리하는 처사가 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트랜스와 장애를 가르는 프레임을 되묻다

책의 핵심 주장은 트랜스젠더를 광기, 좁게는 정신 질환과 분리하는 프레임이 개개인의 복잡한 삶을 특정 면모로 환원하고, 의료·법률적 논리를 벗어나려 하면서도 정작 ‘장애’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그 논리를 다시 재생산한다는 데 있다. 우울, 해리, 비사회성 같은 부적응 형태가 트랜스의 삶을 실제로 따라다닐 뿐 아니라 때로 이들에게 살아갈 역량을 부여한다는 점을 짚는다.

네 개의 장으로 엮은 논의

1장 ‘트랜스의 장애 역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트랜스 남성적 인물인 에벌린 ‘재키’ 브로스, 밀턴 맷슨, 잭 비 갈런드 세 사람의 삶을 다룬다. 이들은 남성적인 복장으로 젠더 비순응을 실천하다 법원, 감옥, 병원, 프릭 쇼 같은 유사 공적 영역으로 내몰렸던 인물들로, 그중 구술 대신 오로지 글로만 소통했다고 알려진 잭 비 갈런드가 스스로 장애를 수행함으로써 오히려 당대의 여성이나 젠더 비순응자에게 좀처럼 허용되지 않던 저자성과 자유에 다가섰던 일화를 짚는다.

2장 ‘트랜스, 페미니즘―또는 우울한 트랜스섹슈얼처럼 읽기’는 트랜스젠더학과 페미니즘 사이의 오래된 긴장을 다룬다. 젠더 정체성의 비고정성에 근거한 트랜스젠더학과 여성이 겪는 억압에 근거한 페미니즘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거듭 실패해온 배경 속에서, 저자는 두 이론의 통합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괴리를 곱씹는 ‘우울한 트랜스섹슈얼처럼 읽기’라는 독법을 제안한다.

3장 ‘트랜스 남성성의 해리 시학’은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널리 알려진 브랜던 티나의 사례와 트랜스 작가 엘리엇 들라인의 소설들을 통해 성적 피해와 해리, 트랜지션의 관계를 다시 질문한다. 트랜스 남성성이 성폭행 등 젠더 기반 폭력에 따른 트라우마의 증상이라는 통념적 주장을 이 장에서 재검토한다.

이어지는 4장 ‘우리라는 동행’까지 본론을 마친 뒤, 책은 ‘그 후/애도의 시’와 옮긴이 호영이 쓴 후기 ‘소멸 이후―‘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로 마무리된다. 연구자 루인과 이연숙(리타)의 추천의 글, 참고 문헌과 찾아보기도 함께 실렸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캐머런 어쿼드-리치는 문학과 학술적 글쓰기를 넘나드는 미국의 시인이자 연구자로, 트랜스·페미니즘·퀴어 이론과 장애학, 흑인학, 실험적 글쓰기 형식을 결합해 트랜스젠더 미학과 문화 생산, 미국 내 트랜스·페미니즘·퀴어 사상의 역사를 탐구해왔다. 원서 『끔찍한 우리: 트랜스 부적응과 함께 사유하기』(2022)로 뉴욕 시립대 레즈비언 게이 연구 센터가 수여하는 실비아 리베라 상과 미국 현대 어문학회 게이 레즈비언 위원회의 앨런 브레이 상을 받았고, 제35회 람다 문학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시집으로 『동정심 많은 작은 괴물』(2016), 『디스패치』(2019), 『어떤 낙관』(2025)이 있으며, 트랜스젠더 작가 겸 화가 레드 조던 아로바토의 일기 선집 『그리고 시간이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 거야』(2026)를 편집했다. 현재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여성, 젠더, 섹슈얼리티 연구 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흑인·트랜스 창작의 계보를 그리는 단행본을 집필하고 있다.

옮긴이 호영은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번역하고 글을 쓴다. 『전부 취소』(2024)를 썼고, 성의 『남은 인생은요?』(2020)와 황인찬의 『You Have Reached the End of the Future』(2021)를 옮겼다. 책 외에도 가사, 웹툰, 희곡, 자막, 밈, 일기 등 다른 형태의 글을 쓰고 번역해 여러 경로로 유포해왔다.

『끔찍한 우리』는 안녕하지 않은, 곧잘 나쁜 감정과 기분에 시달리는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이들과 함께, 이들을 통해 사유할 때 열리는 삶과 해석의 공간을 짚어보는 책이다.

구분내용
지은이캐머런 어쿼드-리치 지음, 호영 옮김
출판사리시올
출간일2026년 8월 25일
분야사회과학
정가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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