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멸종하는 인간…칸트에서 프로이트까지 철학으로 읽는 종말의 사유

  • 입력 2026.08.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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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제공

철학자 벤 웨어가 쓰고 박순미가 옮긴 인문학 도서 『멸종하는 인간』이 드루에서 2026년 8월 31일 출간됐다. 부제는 '애써도 소용없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올까?'다. 이 책은 칸트와 니체, 프로이트와 헤겔, 카프카와 브레히트, 드 사드에 이르는 철학과 정신분석, 정치사상의 논의를 가로지르며 '멸종(종말)'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종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책은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분열이 이어지는 오늘날의 세계는 언제나 새로운 재난을 예고하며 사람들을 불안 속에 머물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위기의 연속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말을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 종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라는 것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종말, 즉 인류의 끝을 단순히 피해야 할 미래의 재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진단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말을 예측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그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 끝에서 어떤 미래를 다시 상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기존의 사회적·경제적 질서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시작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책이 던지는 핵심 주장이다.

칸트에서 카프카까지, 철학으로 읽는 멸종

책은 머리말에 이어 '종말의 변증법', '멸종을 직시하며', '세상의 종말에서 마주하는 죽음충동', '다시 시작하기 위해' 등 네 개의 큰 축으로 짜여 있다. '종말의 변증법'에서는 종말과 종말의 여러 양상, 원자론 철학을 다루며 종말이라는 개념 자체를 철학적으로 규명한다. '멸종을 직시하며'에서는 '멸종 에피소드: 숭고에서 악마성까지', '칸트적 지진', '진실은 오래된 화석', '멸종, 숭고, 그리고 혁명', '자연의 도착적 변증법', '악마적 자본주의' 등의 장을 통해 칸트의 숭고 개념과 자본주의 비판을 잇는다.

'세상의 종말에서 마주하는 죽음충동'에서는 '덧없음, 애도, 그리고 사라진 장면', '죽음충동, 소멸, 엔트로피', '죽음충동의 변증법', '삶이라는 질병: 반출생주의에 대하여', '죽음을 넘어서: 멸종 복원과 불멸' 등을 통해 프로이트의 죽음충동 개념을 반출생주의와 멸종 복원 논의로까지 확장한다. 마지막 축인 '다시 시작하기 위해'에서는 '끝에서 다시 시작하기', '두 죽음 사이', '시간과 멜랑콜리아', '혁명적 탈창조', '성자인가, 야만인인가?'를 거쳐 맺음말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책은 인간의 죽음뿐 아니라 사회의 붕괴, 자본주의, 혁명, 애도, 죽음충동, 반출생주의, 멸종 복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넘나들며 현대 문명이 맞닥뜨린 위기를 하나의 철학적 지형 위에 펼쳐 보인다. 저자는 '이미 늦었다'는 목소리와 '늦은 만큼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현재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어떤 정치와 어떤 사유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익숙한 세계를 지탱해 온 가치와 믿음을 근본부터 다시 돌아보고, 살아가는 시대를 다른 시선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지은이와 옮긴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벤 웨어는 킹스 칼리지 런던 철학예술센터 공동 소장이자 철학 선임연구원이다. 저서로 『Dialectic of the Ladder: Wittgenstein, the 'Tractatus' and Modernism』(Bloomsbury, 2015)과 『Living Wrong Life Rightly: Modernism, Ethics, and the Political Imagination』(Palgrave, 2017)이 있으며, 『Francis Bacon: Painting, Philosophy, Psychoanalysis』(Thames & Hudson, 2019)의 편집을 맡았다. 최근에는 《이플럭스 저널》,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ESP 매거진》 등에 에세이를 발표했다.

옮긴이 박순미는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오랜 시간 영어 교육자로 활동했으며 스릴러와 인문, 여성 인권 관련 글을 주로 번역해 왔다. 대표 번역작으로는 『섀도 하우스』가 있다.

서지 정보

구분내용
지은이벤 웨어 지음, 박순미 옮김
출판사드루
출간일2026년 8월 31일
분야인문학
정가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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