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붉은 미술…철의 장막에 가려졌던 사회주의 진영 예술가들의 초상

  • 입력 2026.08.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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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 제공

홍성후 지음 《붉은 미술》이 이데아에서 2026년 8월 18일 나왔습니다.

부제는 '미처 몰랐던 혹은 몰라야 했던 장벽 너머 예술의 사회사'이며, 냉전 시기 소련과 동유럽, 중국과 북한, 일본과 재일조선인 예술가들이 남긴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을 다룹니다.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미술사

책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 공산주의 진영의 미술과 예술가들을 현대사의 한 축으로 불러냅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 책이 사회주의 이념과 역사, 전쟁과 평화,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까지 깊이 있게 규명하는 '장벽 너머의 사회사이자 문화사'라고 평했습니다.

유홍준 관장은 또 이 책이 근대미술의 넓이와 깊이를 한층 확대할 뿐만 아니라, 미술의 진정한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성찰로 이끈다고 말했습니다.

미술사학자 최열은 "예술은 언제나 시대와 하나였다"며,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가 외면하고 왜곡해 온 미술사의 한 페이지가 장엄한 극장처럼 펼쳐진다고 평했습니다.

카리카투라에서 삐라까지

책은 과거 북한이 풍선에 실어 보낸 '삐라'의 형식적 기원을 소련의 캐리커처 장르인 '카리카투라'에서 찾습니다.

카리카투라는 인민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자본주의와 부르주아를 폭로하고 풍자하기 위한 그라피카(그래픽) 예술의 한 갈래였습니다.

소련 예술가들은 레닌을 정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린 이삭 브로드스키의 〈스몰니의 레닌〉(33쪽)과, 붉은 깃발 속에서 격정적으로 연설하는 알렉산드르 게라시모프의 〈단상 위의 레닌〉(38쪽)을 함께 그렸다고 설명합니다.

소련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공식적인 예술의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단일한 형식으로만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고 책은 짚습니다.

스탈린 사망 이후 찾아온 '해빙기'에는 헝가리·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항쟁이 분출했고, 모스크바가 이를 진압하는 와중에도 화실에는 그동안 금기시됐던 인상주의 화풍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귀국선을 탄 재일조선인 예술가들

1959년 12월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향한 재일조선인 가운데는 예술가들도 있었으며,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들이 조국으로 북한을 선택한 여정이었습니다.

1960년 제작된 포스터 〈재일 동포들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395쪽)에는 인공기를 배경으로 저고리를 입은 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 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책은 이들이 북한에서 환영받는 동시에 '부르주아 예술의 형식적 잔재와 개인주의적 표현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고, 1956년 8월 전원회의 사건 이후의 대숙청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고 기술합니다.

한우영의 〈궐기한 남조선 청년 학생들〉(406쪽), 이철주의 〈피로 물들인 교복〉(406쪽), 박일대의 〈궐기한 남조선의 인민〉(405쪽) 등 4·19혁명을 소재로 한 재일조선인 예술가들의 작품도 소개됩니다.

책은 이들 대부분이 체제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일부를 제외하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중앙 화단에서 밀려나 지방을 떠돌았다고 전합니다.

제각각의 붉은 미술, 150여 점의 도판

저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체제의 요구에 봉사하며 예술의 자율성을 제한했지만, 동시에 계급적 불평등과 식민의 경험, 전쟁과 빈곤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을 가시화하려 한 시도이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미-소 핵무기 경쟁과 전쟁 위협 속에서 나온 동독의 반전·평화 예술과 일본 진보적 예술가들의 반핵·평화 예술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뤄집니다.

책에는 150여 점의 희귀 도판이 실렸으며, 1924년 이삭 브로드스키가 그린 〈코민테른 제2차 세계 대회에서의 레닌〉(32쪽) 속에는 한인사회당 대표로 코민테른에 참여한 최초의 조선인 사회주의자 박진순의 모습도 확인됩니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홍성후는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미술사 연구자로,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에서 아키비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근현대 미술, 특히 북한 미술을 주로 연구해 왔으며 연구 영역을 냉전시대 사회주의 미술로 넓혀 왔습니다.

〈혁명과 풍자〉, 〈환상과 허구의 예술〉, 〈장진광의 연안 항일투쟁과 미술활동〉, 〈그로테스크 캐리커처〉, 〈물질문화에서 역사과학으로〉, 〈카프의 유령〉 등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공저 《평양, 1960》을 비롯해 《김복진 전집》, 《이여성 저작집: 조선건축미술의 연구》, 《북한학술총서: 문화유산》 등을 엮고 썼습니다.

책은 프롤로그에 이어 1장 붉은 광장의 미술(철의 장막을 삼킨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2장 굿바이, 스탈린!(동유럽 봉기와 예술의 시대), 3장 평화와 사회주의(동독에서 들려오는 평화를 위한 투쟁), 4장 1956년 8월의 평양(연안파 미술가들의 행방과 8월 전원회의 사건의 여파), 5장 동아시아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해방전쟁(북한과 중국의 연대), 6장 화폭의 유령들(일본 마루키 부부의 반전, 평화의 미술), 7장 조국과 디아스포라(재일 조선인 미술가들의 귀국), 에필로그, 도판 목록, 미주 순으로 구성됩니다.

구분내용
지은이홍성후 지음
출판사이데아
출간일2026년 8월 18일
분야인문학
정가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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