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과수원을 지나며…자코테가 남긴 기억과 풍경의 산문 세 편

  • 입력 2026.08.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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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진트리 제공

스위스 출신 시인이자 번역가 필리프 자코테가 쓰고 류재화가 옮긴 산문집 《과수원을 지나며》가 뮤진트리에서 2026년 8월 21일 출간된다. 정가는 15,000원, 분야는 에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한 인간의 시선을 따라가는 산문 세 편을 한데 묶은 책으로, 우리는 지나간 풍경을 얼마나 오래 간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세 편의 산문, 하나의 질문

이 책은 1984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한 권으로 묶어 낸 자코테의 산문 〈과수원을 지나며〉 〈가마우지들〉 〈보르가르〉의 한국어판이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장소와 계절, 서로 다른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한때 보았던 것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어떻게 우리 안에서 살아남는가 하는 질문이다.

자코테에게 중요한 것은 풍경 자체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라고 소개된다. 그는 사물을 설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 앞에 오래 머무는 방식을 택한다. 오래 바라보는 동안 눈앞의 풍경이 어떻게 기억과 사유로 이어지는지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그의 산문이 취하는 태도다. 시인이자 산문가, 번역가이기도 했던 그는 릴케와 횔덜린, 호메로스, 만델슈탐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기며 평생 다른 시인들의 언어와 대화했으며, 문장에 흐르는 깊은 침묵과 절제는 이런 오랜 번역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과수원과 들판에서 시작되는 기억

자코테가 다루는 기억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노스탤지어와는 다르다고 소개된다. 그는 과거의 한 장면을 그대로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때 마음을 스쳐 지나간 빛과 기척이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자신에게 어떻게 다시 도착하는지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산문에서 기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이미 지나간 풍경은 현재의 언어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한때 보았던 것은 지금의 시선에 의해 새롭게 감지된다고 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과수원을 지나며'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붙었다. 단순히 한 과수원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아니라, 언젠가 지나갔던 장소를 기억하는 동시에 지금 다시 그곳을 지나가는 경험을 함께 암시한다는 설명이다. 풍경은 밖에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요지다. 독자는 자코테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이 한때 보았던 풍경과 기억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소개된다. 자코테는 "나는 내가 보는 것이 나한테 더 깊이 닿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 책은 그 말처럼 하나의 시선이 어떻게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목차로 보는 산문 세 편의 구성

책은 표제작 〈과수원을 지나며〉(7쪽)를 시작으로 〈가마우지들〉(45쪽), 〈보르가르〉(79쪽) 순으로 세 편의 산문을 싣고, 뒤이어 옮긴이의 말(124쪽)을 배치했다. 국내 독자들에게 자코테는 이미 여러 작품으로 소개된 바 있는 시인으로, 이 책에서도 사라져가는 빛과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오래 바라본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미세한 떨림을 다룬다고 소개된다. 과수원, 새, 들판, 오래된 집과 같은 사소한 풍경들은 그의 글에서 기억과 현재가 만나는 장소가 되며, 그는 자연을 예찬하거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작은 변화가 어떻게 내면의 사유로 이어지는지를 들여다본다는 설명이다. 시인이면서 산문가이자 번역가였던 자코테가 평생 다른 시인들의 언어와 나눈 대화가, 이 세 편의 산문에도 짙게 배어 있다는 것이 소개 내용이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필리프 자코테는 1925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로잔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1953년 프랑스 그리냥으로 이주했다. 괴테, 횔덜린, 무질, 릴케, 토마스 만, 웅가레티, 호메로스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했으며, 1953년 첫 시집 《올빼미》를 발표한 이후 시와 평론 외에 산문도 꾸준히 발표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로 출간되었고, 2021년 그리냥에서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류재화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교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역사·문화, 번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코테의 《초록 수첩》 《부재하는 형상들이 있는 풍경》,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성적인 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카멜 다우드의 《후리》 등이 있다.

구분내용
지은이필리프 자코테 지음, 류재화 옮김
출판사뮤진트리
출간일2026년 8월 21일
분야에세이
정가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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