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주택을 임차했다가 계약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세입자는 곧바로 혼란에 빠지기 쉽다. 계약 협의는 남편이나 아내 한쪽하고만 진행했는데 등기부에는 두 사람 지분이 나란히 올라 있는 경우, 지분대로 나눠 청구해야 하는지 한 사람에게 전부를 요구해도 되는지가 헷갈리기 때문이다. 청구 상대를 잘못 잡으면 전세금반환소송 자체가 꼬일 수 있어 정확한 기준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여러 명이 공동으로 주택을 임대한 경우 공동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는 성질상 나눌 수 없는 불가분채무라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며 “임차인은 공동임대인 가운데 누구에게든 보증금 전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지분 비율로 쪼개 청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송과 집행까지 내다보면 임대인 전원을 상대로 청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불가분채무 법리를 풀어보면, 보증금 반환 의무는 지분대로 나눠 각자 일부만 부담하는 게 아니라 공동임대인 각자가 전부를 반환할 의무를 지는 구조다. 세입자로서는 자력이 있는 쪽을 골라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한 명이 다 갚으면 다른 임대인의 의무도 함께 사라진다. 공동임대인들끼리 내부적으로 정산하는 문제는 세입자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 임대인 전원을 상대로 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결국 집행 단계에서 드러난다. 판결의 효력은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치기 때문에, 남편만 피고로 삼아 승소해도 강제집행은 남편 재산에만 가능하다. 주택 지분 절반과 주요 재산이 아내 명의로 되어 있다면 판결문을 받고도 실제 회수는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공동임대인 전원을 공동피고로 세워두면 양쪽 재산 모두가 집행 대상이 되면서 한쪽의 무자력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사실상 소송 준비의 핵심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실제 사례를 보면 문제가 더 뚜렷해진다.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은 세입자 A씨는 계약 협의를 남편과만 진행했고, 만기 후 반환이 미뤄지자 내용증명과 소송도 남편만을 상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남편 명의 재산은 해당 아파트 지분 절반뿐이어서 아내 지분에는 집행이 불가능했고, 결국 아내를 상대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했다. 처음부터 부부를 공동피고로 세웠다면 한 번에 끝났을 사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다.
계약 단계에서의 확인도 중요하다. 공동명의 주택이라면 명의자 전원이 임대인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 사람이 나머지 몫까지 대신 계약했다면 위임 여부가 나중에 다툼거리가 될 수 있다. 계약 시점에 등기부로 명의자를 확인하고 전원의 서명이나 위임장을 받아두는 편이 안전하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명의자 전원에게 각각 보내 도달 근거를 남겨야 한다.
임대 도중 명의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매매나 상속으로 임대인 지위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새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므로, 반환 청구 상대는 현재의 소유자들로 정리된다. 상속으로 여러 상속인이 공동임대인이 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등기부와 가족관계 서류로 현재 의무자를 특정하는 작업이 소송의 출발점이 된다.
소송 전 준비 과정은 일반적인 전세금반환소송과 다르지 않다. 묵시적 갱신을 피하려면 만기 2개월 전까지 내용증명으로 해지 또는 갱신 거절 의사를 알려야 하고, 만기 후에도 반환이 없다면 점유와 전입신고를 유지하며 확정일자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사가 불가피할 때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순서다.
엄 변호사는 “공동명의 사건에서 임차인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협의 창구였던 한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라며 “내용증명 발송부터 소송까지 등기부상 명의자 전원을 상대로 진행하고, 계약 단계라면 전원의 서명과 위임 관계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보증금을 지키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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