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와라 아키라가 쓰고 이재우가 옮긴 <아사한 영혼들>이 마르코폴로에서 2026년 8월 15일 나왔다. 부제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사망한 일본군의 대부분이 굶어 죽었다는 충격적인 연구'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역사학자인 저자가 통계와 정사, 사관의 기록, 생존자 증언을 근거로 일본군 전사자의 실제 사인을 추적한 책이다.
'영령'으로 불린 죽음의 실체
일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수백만 명의 군인을 '영령(英靈)'이라 부르며 전장에서 장렬히 싸우다 산화한 존재로 기려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서사가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를 자료로 검증한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일본군은 약 23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가운데 60%에 달하는 140만 명 이상이 총탄이 아니라 기아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질병에는 영양실조로 인한 영양장애, 말라리아, 각종 전염병이 포함된다.
남방 전선, 70~80%가 굶어 죽었다
저자는 육군성과 후생성 자료, 각 부대의 전투 상보를 비교·분석해 전선별로 전사자 대비 아사자 비율을 추정했다. 과달카날, 뉴기니, 임팔, 필리핀 등 일본군이 참패한 남방 전선에서는 이 비율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책은 이 전선에 남은 병사들의 기록을 인용해, 그곳이 영웅적 투쟁의 무대가 아니라 보급이 끊긴 채 서로를 잡아먹거나 풀뿌리를 씹으며 죽어간 생지옥이었다고 서술한다.
보급을 경시한 지도부, 정신주의의 대가
책은 이런 대규모 아사가 왜 벌어졌는지를 일본군 지도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일본 육군은 근대적 병참 체계를 갖추는 대신 적에게서 빼앗아 먹는 현지 조달 방식에 의존했다. 보급선이 끊긴 고립된 섬에 병력을 계속 투입하면서도 무사도와 정신력만을 앞세운 임팔 작전, 과달카날 전역 등 대본영의 작전 지도가 자국 군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책은 짚는다.
병사의 목숨은 소집영장 한 장
책에 따르면 일본군은 군마나 병기보다도 병사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다. 물자는 돈을 들여 구입해야 하지만, 병사는 붉은 종이 한 장, 즉 소집영장으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세가 기울어진 전선에서 병자나 부상병이 포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이 조직적으로 자살을 강요한 사례도 함께 다룬다.
방치된 유골과 국가의 책임
전쟁이 끝난 뒤에도 문제는 이어졌다고 책은 지적한다. 남방 전선의 밀림과 바다에 흩어진 수백만 구의 유골은 수습되지 못한 채 남았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죽음을 영웅적 전사로 미화해 야스쿠니 신사에 봉안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저지른 무능과 비인도적 처사를 가려 왔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책은 진정한 애도가 신화화가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후지와라 아키라는 1922년 도쿄 출신으로, 1941년 육군사관학교 55기를 졸업하고 견습사관으로 중국에 파견됐다. 1944년에는 제27사단 지나주둔보병 제3연대 중대장으로 참전했고, 1945년 일본으로 전근한 뒤 제216사단 보병 제524연대 제3대대장으로 패전을 맞았다. 종전 후 도쿄 제국대학 문학부 사학과에 입학해 1949년 졸업했고, 지바 대학 강사를 거쳐 히토쓰바시 대학 사회학부 교수와 학과장을 지냈다. 1986년 정년 퇴직했으며 2003년 별세했다. <중국전선종군기> 등의 저서가 있다.
옮긴이 이재우는 1989년 전북 익산 출생으로,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근대 동아시아사에 관심을 두고 관련 자료를 모아 왔으며, <청일전쟁, 국민의 탄생>, <일본 '우익'의 현대사>, <중국전선종군기> 등을 옮겼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후지와라 아키라 지음, 이재우 옮김 |
| 출판사 | 마르코폴로 |
| 출간일 | 2026년 8월 15일 |
| 분야 | 역사 |
| 정가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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