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극동에 배치했던 핵심 항공모함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 서태평양의 미군 항공모함 전력이 0척으로 줄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전력 재배치가 역대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정규 항공모함 11척 가운데 서태평양을 지키던 조지워싱턴호는 극동 해역을 떠나 중동으로 향한다. 이 전함은 대이란 군사 작전에 장기 투입돼 승조원 피로도와 사고 위험을 겪어온 에이브러햄링컨호의 임무를 대신하며, 이로 인해 서태평양과 극동 해역에는 당분간 미군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남지 않게 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조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까지 이어온 '아시아 피벗' 정책은 이번 조치로 사실상 멈춰 섰으며, 미 국방부가 한정된 탄약과 전략 자산을 서태평양 대신 서쪽 분쟁 지역으로 계속 돌리면서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던 군사 억제망에 일시적인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적 혼선은 동맹국과의 연합방위 태세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양국 군의 공동 방어 역량을 점검하려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축소를 전격 지시했으며, 연례 방어 훈련을 두고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핵무기를 늘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할 줄 안다"며 정반대의 유화 태도를 보였다. 칼럼은 페르시아만 군사 작전 지원 요청을 거부한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이번 훈련 축소 결정에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이어진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 방어를 강조해 온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보는 최근 대만 방어선 포함 여부에 말을 아끼며 '유연한 현실주의'라는 모호한 설명을 내놓았다. 신미국안보센터(CNAS) 리처드 폰테인 대표 등 안보 전문가들은 중동 개입 확대가 아시아 방어선 구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비판한다.
미국의 전력 차출과 일방통행은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을 심화시킨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을 상대로 무역 관세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방위비와 군사 지원을 빌미로 관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유사시 미국이 상호방위조약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과 일본 안팎의 전문가와 여론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동맹국의 방어 분담을 넘어 독자적인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와 재래식 전력 증강을 통해 대미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안 경로도 함께 모색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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