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잇it - 비닐봉지
다큐 잇it - 비닐봉지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0.04.2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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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잇it - 비닐봉지
다큐 잇it - 비닐봉지

 

[한국사회복지저널 정진욱 기자] 지난 2017년, 대전의 한 공터에서 여성 홈리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거리의 그녀를 끌고 가 성폭행한 뒤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궁금해 하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으며 왜 거리로 나섰던 것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녀들이 있다. 전국 홈리스 11,340명 중 2,929명에 속하는 여성들, 이마저도 과소 추정된 숫자이다. 여성 홈리스들은 폭행을 피해 거리보다는 공중화장실 등에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만난 별이(가명) 씨는 “여자인 걸 알면 자꾸 몸 이곳저곳을 건드린다”며 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말했다. 두꺼운 점퍼에 몸을 숨기고 다니는 그녀는 남편의 심각한 폭행으로 집을 나오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의 코뼈까지 부러트린 남편과 더는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실직과 사업 실패 등 경제적인 이유로 거리에 나서는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 대부분은 가정 내 문제와 폭력에 시달리다 거리로 나온다. 이번 <다큐 잇>에서는 오늘의 사물을 ‘비닐봉지’로 삼고, 비닐봉지 속처럼 가려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버려진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그녀들 “해만 지면 무서워요. 오늘밤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 이수정(가명) / 여성 홈리스

 

전국의 노숙인 시설은 모두 130여 개로 대부분 남성 전용이거나 공용이다. 여성 홈리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단 12개다. 그마저도 서울에만 9개로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가정폭력은 물론 거리에서의 성폭력에 시달리며 타인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진 여성 홈리스들은 시설을 피하게 된다. 또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해서’라고 답한 이들도 많았다. 큰 비닐봉지를 늘 쥐고 다니는 이수정(가명) 씨는 “박스를 바닥에 깐 뒤 고가도로를 지붕 삼아 누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추운 날을 여러 해 보내며 무릎 관절 등 온몸이 상했다. 또 잠자리뿐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물티슈로 비싼 생리대를 대신했던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녀는 인연을 맺었던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을 알아보기도 했다. 과연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프레젠터 김규리 배우의 시선을 시작으로 서울역뿐 아니라 지방에 살고 있는 여성 홈리스들의 삶에 귀기울여본다.

7845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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