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동해를 닮아 푸르른 삶의 이야기들이 파도치는 곳, 동해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동해를 닮아 푸르른 삶의 이야기들이 파도치는 곳, 동해시
  • 정세연 기자
  • 승인 2022.02.0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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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동해를 닮아 푸르른 삶의 이야기들이 파도치는 곳, 동해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동해를 닮아 푸르른 삶의 이야기들이 파도치는 곳, 동해시

 

[한국사회복지저널] 강릉과 삼척 사이 숨은 진주 같은 동네, 눈부신 쪽빛 바다를 이름으로 삼은 강원도 동해시. 156번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동해를 닮아 푸르른 삶의 이야기들이 파도치는 곳, 동해시로 떠난다.

 

□ 동해의 비경을 한 눈에 담다

 

묵호등대는 1960년대에 묵호항이 국제항으로서 번성하던 시기에 건립되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최근엔 선박뿐만 아니라 동해의 색다른 즐거움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향하게 만든다는데. 등대 주변으로 전망대와 다양한 체험 시설을 조성하여 동해시의 명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배우 김영철도 영화 ‘E.T.'의 한 장면처럼 하늘 위를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을 보며 동해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 이를 뒤로하고 전망대에 오르니 동해 여행의 백미인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설렘 가득한 이번 여정을 시작한다.   

 

□ 묵호 어시장의 ‘달인’, 횟감 써는 어머니들

 

동해안의 어업 전진기지로 불리는 묵호항의 어시장을 찾아간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추운 날씨에도 훈훈한 활기가 넘친다. 동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온 싱싱한 물고기들을 구경하면서 걷는데, 시장 끝 귀퉁이에서 손 놀릴 틈 없이 바쁜 사람들을 만난다. 바로 묵호 어시장 터줏대감인 ‘횟감 써는 어머니들’이다. 어시장의 상인들이나 생선을 구매한 손님들이 손질을 부탁하면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는데. 어머니들의 경력은 기본 30~40년. 그 세월을 하루같이 어시장 한구석의 좌판을 지키느라 손에서 생선 비린내 가실 새가 없단다. 배우 김영철도 좌판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어머니들이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 ‘빵 반찬’ 으로 개척한 인생 2막

 

묵호역에서 묵호항으로 가는 허름한 골목에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란색 간판이 있다. 밥반찬이 아닌 ‘빵 반찬’을 판다고 입소문이 난 가게라는데. ‘빵 반찬’이란 빵에 올려 먹는 스프레드로, 허니 버터 치아시드를 비롯해 바질 잣 페스토, 시칠리안 토마토 페스토 등 종류가 다양해서 밥반찬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권혜경 사장은 30년간 패션 업계에 종사하다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고향인 동해시로 내려와 ‘빵 반찬’ 가게를 차렸다.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을 때 밥처럼 빵에 이것저것 올려먹는 프랑스인들을 본 것이 ‘빵 반찬’ 아이디어의 시초. 이제는 ‘빵 반찬’과 함께 고향을 알리고자 동해의 특산물인 문어, 명란 등을 이용해 새로운 빵 반찬들을 고안 중이라고. 권혜경 사장님의 인생 2막을 열어준 ‘빵 반찬’의 맛이 궁금해진다.

 

□ 시린 겨울바람을 견뎌온 어머니의 묵호태 덕장

 

과거 묵호항이 개항하고 오징어와 명태잡이 배로 가득하던 시절, 항구 뒤편 비탈에 형성된 판자촌에는 생선을 말리는 덕장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골목길마다 생선을 지게에 지고 날랐던 사람들 때문에 길바닥은 논처럼 언제나 질퍽했고, 때문에 이곳은 지금까지도 논골담길로 불린다는데. 그때의 흔적이 벽화로 새겨진 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 묵호태 덕장을 발견한다. 묵호태는 80년 전부터 묵호 지역에서만 생산해온 북어의 일종인데, 어획량 감소와 생산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이제는 일부만이 묵호태 덕장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곳에서 50년 세월을 찬바람 맞으며 명태 손질을 했다는 어머니는 동네에서 독하게 일한다고 소문이 나 ‘독일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단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모질게도 일했다는 어머니. 그 세월을 지켜본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시린 손을 잡아주기 위해 4년 전 힘을 합쳤다고. 동해 겨울바람에 맛있게 말라가는 묵호태처럼 세월에 더욱 견고해지는 가족애를 마주한다.

 

□ 동화 속 세상을 만드는 부부의 공방

 

다시 논골담길을 따라 길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마치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처럼 작은 나무집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방을 발견한다. 뚝딱거리는 망치 소리에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번엔 동화 속 요정처럼 귀여운 동물 모자를 쓴 주인장 부부가 반겨준다. 도시에서 살다가 논골마을의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풍경에 반해 아예 이곳으로 정착했다는 부부. 그래서인지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에도 논골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나무 조각으로 논골마을을 본뜬 모형을 만들어 지붕을 장식하고, 논골담길 집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어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부부가 만들어놓은 작은 동화 속 세계를 구경해본다. 

 

□ 동해 겨울철 별미, 도치알탕

 

겨울철,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못생긴 물고기 삼총사 곰치, 도치, 장치. 못생겼다는 이유로 잡히면 버려지기 일쑤였다는데, 이제는 ‘못난이 생선’보다 ‘겨울철 별미’로 소문나 구하기도 어려운 귀한 생선이 되었단다. 묵호어시장 뒷골목 식당가를 걷던 배우 김영철은 가게 앞에서 ‘못난이 삼총사’ 중 하나인 도치를 손질 중인 사장님을 만난다. 도치는 비린내도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지금이 알배기 도치가 가장 맛있을 때라는데. 궁금한 마음에 식당으로 따라 들어간 배우 김영철은 톡톡 터지는 식감이 매력적인 도치알탕 한 그릇을 맛본다. 

 

□ 도심 속 천연동굴 산책

 

국내 유일한 도심 속 천연동굴로 알려진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천곡동에서 신시가지 조성과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우연하게 발견됐다. 그래서 지금도 아파트 단지 사이에 동굴이 위치하고 있어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라고. 동굴의 생성 시기는 4~5억 년 전으로 추정될 만큼 오래되어 대형 석주와 석순, 종유석들이 비경을 연출해 감탄을 자아낸다. 멸종위기종 제1호로 지정한 황금박쥐가 서식한다는 천연동굴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껴본다.

 

□ 금곡마을 할머니들의 호박돌 자서전

 

오래된 기와집과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성황당이 그대로 남아있는 삼화동 금곡마을을 걷는다.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취해 걷는데, 돌담부터 대문까지 알록달록한 화투패 그림으로 꾸며진 집을 발견한다. 돌담 위에는 그림이 그려진 돌덩이로 쭉 장식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 별난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담 너머로 인사를 건네니 그 주인공 김갑산 어머니가 배우 김영철을 반갑게 맞아준다. 예로부터 이 마을에는 호박돌이 흔했는데, 동네 어머니들끼리 모여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들의 추억을 호박돌에 새기고 있단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지만, 동네 친구들과 추억을 이야기할 땐 지금도 영락없는 소녀 같다.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담긴 어머니들의 호박돌 자서전을 함께 들여다본다. 

 

□ 북평오일장의 명물, 부부의 뻥튀기 가게

 

22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3대 민속장인 북평오일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열린 오일장을 구경하며 걷던 중, 시장 구경에서 빠지면 섭섭한 뻥튀기 가게를 마주친다. 간판까지 걸어놓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뻥튀기 기계도 무려 네 대다. 북평오일장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장사가 잘 돼 바로 옆에 국숫집까지 차렸다는 부부.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지난한 세월을 견뎌내야만 했다는데.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뒤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던 남편은 신혼 초 탄광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몸져 누워있어야 했고, 어린 아내는 남편 간병과 생계까지 떠맡아 안 해본 일 없이 갖은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자식들에게만큼은 절대 이 고된 삶을 물려주지 않으리라 다짐했기에, 처음에 뻥튀기 기계를 얻고 작은 장사였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이제 부부의 뻥튀기 가게와 국숫집은 한 번 맛보면 누구나 다시 찾게 된다는 북평오일장의 명물이다.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부부의 지난 세월 이야기를 듣는다.

 

바다만큼이나 맑고 깊은 마음을 가진 이웃들의 동네, 동해시의 눈부신 나날들을 담은 이야기가 2월 5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56화. 눈부시다 푸르른 날들 – 강원도 동해시] 편에서 공개된다. 

limited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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