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고 김용균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고 김용균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 정세연 기자
  • 승인 2021.12.08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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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한국사회복지저널] 2021년 12월 10일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의 3주기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여기,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가 되길 염원하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유가족’이다.

 

KBS다큐멘터리 팀은 1년간 ‘유가족’의 여정을 함께했다. 그들은 가족을 산재 사고로 떠나보내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 여기, 산재 유가족이 모였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왜 이렇게 우리의 귀한 자식들이 허무하게 죽고 있는지” 

 

평범한 삶을 살았던 가족들. 아이들의 죽음으로 그들의 삶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죽음의 현장인 일터에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고가 아이들의 탓이라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똑같은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았다. 싸운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지만, 우리 아이들과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이들은 인생을 걸고 싸우기로 했다. 전국 각지에서 서로 모르고 살던 산재 피해자 가족들은 김용균의 죽음을 계기로 뭉치게 됐고, 2019년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보통의 가족은 탄생으로 맺어지지만, 이 가족은 죽음에서 시작됐다. 

 

# 그들의 못다 한 이야기

 

“자식이 없는데 내가 남한테 어버이날 챙김을 받아서 뭐 하나” “너무 힘든 날인데 그래도 다시는 가족들이 있어서 서로 든든하게 의지하는 마음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산재 유가족은 5월이 힘겹다. 아들이 떠난 후 찾아온 어버이날, 고 이한빛의 어머니 김혜영 씨는 아들을 잃었는데 챙김을 받으면 뭐 하냐며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는’이라는 새 가족을 만나고 서로 의지하며 단단해졌다. 이제 함께하기에 5월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유가족은 검은 옷만 입고 다녀야 한다고 해서 그때부터 검은색 옷만 샀어요”

 

유가족은 검은 옷만 입어야 한다는 말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는 검은 옷만 사기도 했다. 가족을 떠나보내고 그 이후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떠나간 이가 생각나지 않도록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죽은 자식을 위해 힘들수록 더 나선다. 어떤 경우라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평생 내면의 고통과 갈등 속에 살아야 한다. 

 

#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부조리함과 싸우는 사람들 “법 만들어주세요. 사람 살려야 해요”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법이 국회에 회부된 지 109일, 단식농성 29일 만에 이뤄진 성과다. 이들은 산재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본인들의 끼니를 굶어가며 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9월까지 총 678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일터에서의 죽음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 일하다가 또 사람이 죽었다

 

제자리걸음인 사회 “저한테는 참 친구 같은 아들이었고 고작 요거만 살고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몰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4월 22일, 평택항에서 한 청년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고 이선호(23세)는 업무 지시를 받고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이재훈 씨는 휴대폰에 아들의 이름을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 놨다. 그만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각별한 사이였다. 아르바이트로 아빠와 같은 현장에서 일했던 이선호 군. 항상 같이 아침밥을 먹고, 같은 차를 타고, 같이 일하러 갔던 아들이 더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재훈 씨는 다시는 제2의 선호가 나오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상이 변할 때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돼도 바뀌려면 아직 멀었구나’ ‘내가 조금 더 많이 힘을 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김미숙 씨는 오늘도 수많은 산재 유가족을 찾아간다. 거대한 기업 앞에 혼자 싸우다 포기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고 아픔에 공감하며 진상규명에 대해 같이 목소리를 낸다. 김미숙 씨는 유가족이 나서야 반복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2021년 10월 6일 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홍정운(18세)은 현장실습 중에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잠수했다가 무거운 납 벨트를 풀지 못하고 익사했다. 현장실습을 시작한 지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새벽 기차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대하며 싸우는 중이다.     

 

KBS다큐멘터리 팀의 1년간의 여정,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 속에서 누구보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 김용균 3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는 12월 12일 일요일 밤 11시 35분 KBS1에서 공개된다. 

limited9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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