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위암 4기 괜찮아 가족이 있으니까
인간극장, 위암 4기 괜찮아 가족이 있으니까
  • 정세연 기자
  • 승인 2021.05.08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극장, 위암 4기 괜찮아 가족이 있으니까
인간극장, 위암 4기 괜찮아 가족이 있으니까

 

[한국사회복지저널] 특급 호텔의 요리사였던 양인동(38), 지은정(36) 부부는 5년 전, ‘보다 건강하게 살겠노라’ 결심하고 귀농했다. 흙이 주는 위안과 자연의 너른 품속에서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부부. 하지만 지난해 여름, 위암 4기라는 불행이 가족을 덮쳐왔다. 전조증상 없이 찾아온 암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전이가 진행되었고, 지난겨울에는 물 한 모금조차 삼키기 힘들 정도로 위급했다.

 

무섭고 절망적인 상황에 힘을 낸 건 인동 씨의 부모님이었다. 아버지 양부승(63)씨는 먼저 집을 수리해 아들 가족을 불러들였고, 어머니 조기순(59)씨는 아들의 병수발과 어린 손주들까지 살뜰히 돌봐주었다. 그날 이후, 아버지, 어머니, 아내 은정 씨, 그리고 두 아들까지 온 가족이 인동 씨를 살리기 위해 똘똘 뭉쳐서 지내고 있다.

 

남편의 암 진단에 망연자실했던 은정 씨는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남편이 하던 배즙 가공과 농장일을 홀로 일궈나갔다. 시아버지 부승 씨도 안쓰러운 며느리를 성심성의껏 도왔다. 시어머니 역시 살림을 관리하며 자연밥상을 차려 아들의 투병에 힘을 실어주었다. 심지어 장인, 장모도 매일 같이 드나들며 손주들을 돌보고 사위를 위해 마사지를 해준다. 어른들의 노력으로 인동 씨의 두 아들인 호열이(12)와 우열이(10)도 아빠의 병을 잘 받아들였다. 가족의 응원 덕분에 위급했던 순간을 지나 올봄, 전이된 암이 줄어들었다는 꿈같은 결과를 들었다. 인동 씨와 가족들은 다시 한번 기적을 바라고 있다. 

 

평소 건강만큼은 자부했던 인동 씨. 그러나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체력은 급격히 쇠약해졌고, 몸무게도 15킬로그램 이상 빠졌다. 암이 식도 가까이 자리를 잡아 과일 주스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해 가족의 도움을 받기 일쑤... 매일 밤 고통에 잠을 설친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도 편치 않다. 사실 5년 전, 기순 씨도 위암에 걸렸지만, 다행히 완치가 되었다. 그러나 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 같았고... 그때부터 기순 씨는 안쓰러운 아들을 위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암 치료에 좋다는 두릅, 엄나물 등 채취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불행은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지만, 여전히 인동 씨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순간이다. 식구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어줄 때 보다 효과 좋은 약이 없다.

 

매일 밤 몸이 뒤틀리는 고통에도 진통제를 줄이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건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빠가 아픈 게 ‘내시경’이라는 병에 걸려서라고 생각할 정도로 해맑았지만, 투병 10개월 만에 철이 들어 아빠의 손, 발이 되어준다. 비록 아픈 아빠이지만 인동 씨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든든한 존재. 오늘도 힘겨운 싸움을 하는 인동 씨에게 가족은 말한다. ‘아파도 괜찮아 우리가 있으니까’

limited933@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