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잇 it '장갑'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노동자들
다큐 잇 it '장갑'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노동자들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0.07.2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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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잇 it '장갑'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노동자들
다큐 잇 it '장갑'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노동자들

 

[한국사회복지저널 정진욱 기자] 추위를 막거나 손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개성을 나타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되는 장갑.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가장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아마 노동현장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장갑 낀 노동자의 삶은 언제나 위태롭다. 언제든지 실직을 당할 수 있는 위기와 현장에서 어떤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성이 뒤따른다. EBS <다큐 잇it>에서는 장갑을 통해 노동자의 위태롭고 불안한 환경을 조명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노동 취약계층, 장갑 낄 일이 없어진 일용직 근로자들

 

“미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벌어 먹고살지 막막합니다.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장갑 끼고 일할 수 있다는 게….” -허영학 / 일용직 근로자

 

14년 전, 중국 청도 한국기업에서 건설업을 하다가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형, 누나와 함께 한국의 땅을 밟은 조선족 허영학 씨. 목조 건축업을 하던 그는 지난해 말부터 일용직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은 노동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줬고, 허영학 씨도 그중 한 명인 것이다. 한 달에 많이 벌면 150만 원, 적게는 7~80만 원을 번다는 허영학 씨의 4평 남짓한 단칸방에는 항상 목장갑이 놓여있다. 일용직인 그는 장갑을 직접 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장갑을 빨아서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갑 끼고 일하는 날이 그립다는 허영학 씨. 일자리가 없어도 그는 매일 새벽이면 인력사무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노동자들, 목숨 걸고 일하는 전기원들의 처절한 현장

 

“저희는 장갑 하나 가지고 생명 좌지우지하는 거예요. 사실은 좀 겁이 납니다. 장갑이 있다고 해도, 장갑을 껴도 사고 납니다” -이정열 / 전기원

 

절연장갑을 끼고 22,900V의 살아있는 전선을 만지는 이정열 씨. 고압선 사이로 들어가는 그는 항상 긴장감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고위험군의 직업군인 전기원의 길을 택한 그는 14살 때부터 시작해 어느덧 26년을 전기와 함께했다. 오랜 기간 무사고면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직업. 16년 전 개폐기가 터져 왼쪽 눈과 귀를 다친 이정열 씨는 사고의 트라우마로 상용직에서 일용직으로 형태를 바꿨다. 장갑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를 당했을 거라던 이정열 씨. 장갑 하나에 생명이 달렸지만, 장갑마저도 말썽이라고 한다. 미제 또는 일제의 수입된 절연장갑밖에 없어 한국인인 그의 손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 장갑이 답답하고 불편해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위험한 곳에서도 참지 못해 벗게 돼버린다는데… 이정열 씨처럼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하청 업체 소속. 그 비율은 무려 97%나 된다. 그들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이고 그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같은 장갑을 끼고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처우에 다른 노동환경?!

 

“목장갑을 꼈다고 해서 우리가 천한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계약한 지 2년이 됐을 때 저희는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죠.” -박용병 /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워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다. 주황색 조끼에 목장갑을 낀 환경미화원들이다.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인 박용병 씨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한다. 업무가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 시청에 가서 집회에 참여한다. 박용병 씨가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들 안에서는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처우를 받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던 것. 환경미화원 대부분은 지자체에서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닌 민간업체에서 위탁받아 일하고 있다. 직영 환경미화원과 임금은 물론 업무환경에서도 차이가 난다. 깨진 병, 형광등 같은 위험한 물건이 많은 재활용 파트, 2인 1조 또는 3인 1조의 직영과는 달리 혼자 쓰레기를 수거하고 하차해야 하는 박용병 씨. 보이지 않는 일꾼이라서 그럴까. 환경미화원을 둘러싼 차별이 드러나지 못한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장갑은 노동자의 상징이다. 고된 일을 하는 손을 유일하게 보호해주는 장갑. 다르게 보면, 그들을 지켜주는 건 장갑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풍부한 전력과, 쾌적한 환경, 질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노동자의 위태로운 삶을 담은 <장갑>은 7월 30일 목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7845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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